본문 바로가기
리뷰

소설 원작 영화 - 도가니 silenced, 2011 - 소설과 영화는 어떻게 다를까?

by 적투 2019. 8. 7.
반응형

스팀잇을 하면서 새로 오픈한 리뷰 사이트에 수많은 영화에 대해 리뷰하였습니다. 하지만 지금까지 이걸 티스토리에도 써야겠다는 생각을 못했었는데 오늘 티스토리를 보니 여기도 써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1년도 개봉했으나 지금까지 소설책으로만 보고 안보고있다가 이번에 리뷰를 하기 위해 보았던 영화입니다.

도가니 silenced, 2011 - 듣지도 말할 수도 없어 침묵당한 아이들

평점 : ★★★★

 

줄거리

 

주인공 인호는 과거 교사였다가 사업을 하러 뛰쳐나간 후 사업에 실패한 사람이다. 은사의 소개로 청각장애 학생들이 다니고있는 자애학원에 기간제 교사로 들어가지만 발전기금이라는 명목으로 돈을 요구하는 행정실장부터 느낌이 이상하다. 수화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인호는 단순히 생계를 위해 학교에 기간제교사로 왔지만 점점 아이들에게 일어나는 끔찍한 사실을 알게된다. 청각장애 아이들은 교사와 교장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하고 있던 것. 인호는 이 사실을 알고 인권센터에 연락을 하여 도움을 청하지만 교육청도 시청도 이를 외면한다. 인호는 이들을 돕기위해 다방면으로 힘써보지만 결국 현실의 벽 앞에서 좌절하게 된다. 

 

 

감상평

 

2011년 개봉 당시 저는 도가니 영화를 보지 않았습니다. 대신 공지영 작가의 소설 도가니를 구매해 읽었습니다. 소설이나 만화 등이 영화화 된다고 하면 보통 원작을 읽고 보는 편입니다. 소설의 장점은 이미지를 상상하면서 읽을 수 있다는 점인데 도가니 같은 경우는 이미 포스터는 봤던 터라 주인공 인호에게 배우 공유의 이미지를 씌워놓고 읽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나머지 부분은 상상하며 읽었지만요. 어쨌든 책을 읽고 영화를 봐야지 했다가 이건 영화까지 보면 정말 화가 치미러 오를것 같아 지금까지 미뤄두고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영화입니다. 리뷰를 쓰기 위해 빠르게, 다시 한 번 소설 도가니도 읽었는데 원작 소설과 영화의 다른점을 몇가지 살펴보겠습니다. 

 

아내와 어머니

 

원작 소설에서 인호는 아내와 딸이 있는 가장으로 나옵니다. 교사를 하다 사업에 실패한 사정도 나오구요. 영화 속에서 인호는 어머니와 딸과 함께 살아가고 있습니다. 아내는 죽었다는 설정이더군요. 왜 이렇게 바꾸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는데 영화 끝부분에 가서야 감독의 의도를 깨닫게 되었습니다. 

 

소설 속 인호의 아내는 인호의 과거사를 꺼냅니다. 후반 부 아이들을 돕기 위해 애쓰고있는 인호를 설득하기 위해 과거 학생과 교제를 했던 사실을 들먹이며 자신과 딸 셋이서만 좋게 살자고 설득합니다. 소설 속 인호는 어쩔 수 없이 아이들을 끝까지 도와주지 못하고 아내와 함께 서울로 올라가는 것으로 결말을 맺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이부분이 다릅니다. 어머니도 처음에는 아이들을 돕는 것을 반대하는 듯 보이지만 영화 후반부에서 인호를 응원하게 됩니다. 아이들을 끝까지 도와줄 수 있었던 것도 이런 어머니의 응원이 있어서 였을 것입니다. 가족들이 반대한다면 아무리 정의로운 사람이라도 그 일을 끝까지 해내기 힘들 것이기 때문이죠. 

 

이런 설정으로 보아 소설 속 인호의 아내는 인호를 현실로 끌어내리는 역할을 했다면 영화속 어머니는 인호를 좀 더 영웅화 하기 위한 장치로 쓰였던게 아닐까 싶습니다. 아무래도 영화기 때문에 소설보다 좀 더 정의로운 사람이, 그리고 극적인 연출이 필요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담당 검사의 배신과 결말 

 

소설과 영화가 다른점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원작에서는 없었던 담당 검사에 대한 이야기와 그 결말입니다. 먼저 결말부터 얘기해보자면 소설 속에서는 피의자로 지목된 교장, 행정실장, 교사 세명이 재판을 받고 교장과 행정실장은 집행유예로, 교사는 실형을 선고 받습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피의자 세명 모두 집행유예로 풀려나게 됩니다. 정말 유전무죄 무전유죄의 끝을 보여주었죠.

 

 

이런 결말이 있기까지 원잘 소설에는 등장하지 않는 담당 검사에 대한이야기가 추가됩니다. 영화 속에서 이 사건을 맡은 담당 검사는 피의자들의 유죄를 확정 할 수 있는 결정적인 증거를 넘겨 받고도 증거로 사용하지 않습니다. 이미 피의자 쪽에서 대형 로펌에 들어오지 않겠냐고 스카웃 제의를 했던 것이죠. 그 증거자료를 믿고 있던 인후와 인권센터 직원들은 재판의 결과를 듣고 실의에 빠지고 분노에 빠지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이것까지 스포하고 싶지는 않네요.

 

 

도가니, 영어 제목이 silenced 인 이유

 

가끔 외국 영화를 우리나라에서 개봉 할 때 한국판 제목을 새롭게 만들거나 센스있게 만드는 경우가 있습니다. 예를 들면 The day after tomorrow 의 경우 직역하자면 '모레' 인데 긴장감이 없어 보이니 국내 개봉시 '투모로우' 라는 제목을 사용했었죠. Legally Blond 역시 직역하자면 '똑똑한 금발'이지만 국내 개봉 시 '금발이 너무해'라는 제목으로 개봉하였고 Music And Lyrics(음악과 작곡) 역시 국내에서는 '그 남자 작곡 그 여자 작사' 라는 센스있는 제목으로 개봉하였습니다. 

 

이처럼 국내영화도 외국에서 개봉 할 당시 외국판 이름을 정하게 되는데 '도가니'의 영어 제목은 Silenced입니다. 이 제목 또한 훌륭하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직역하자면 '침묵된, 침묵 당한'이란 뜻의 형용사입니다. 영어에서 접미사 -ed는 과거를 뜻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동형을 뜻할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silence 침묵의 수동형태인 '침묵당한' 의 뜻은 청각 장애아들이 말할 수 없는 현실을 뜻하기도 하고, 이루 말할 수 없는 끔찍한 사건이라는 뜻도 담았을 거라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아마 제일 정확한 의미일 거라 생각하는데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있듯 돈으로 사건을 무마시켜 버리는 피의자들을 보며 강제로 침묵당한 청각장애 아동들을 대변하는 제목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썼다는 도가니. 영화 결말은 조금 달랐으면 하는 마음이 있었을 정도로 끔찍한 사건이었습니다. 다시 볼 때도 그리고 지금 리뷰를 쓰는 도중에도 정말 화가 치밀어 오릅니다. 대한민국에서 다시는 이런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으면 합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