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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 이야기/일상 이야기 나의 이야기

나의 중소기업 직장일기 #2. 나를 이해하는 상사가 있다는 것은

by 적투 2018. 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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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나를 이해하는 상사가 있다는 것은


이른 아침부터 출근하지 않은 이사님과 서류가 급하다는 대표님.

하지만 재무 관련 일이라 마음대로 대표님께 보낼수도 없어 이사님이 출근하자마자 결제를 올렸으나 바로 까였다. 

"ㄷ항목 이윤이 너무 높게 설정됬잖아. X%로 낮추고 대표님께 보내드려."

사실 이것도 어제 지시한 대로 한 내용이지만, 어제 저녁과 오늘 아침은 ..다르니까 라고 생각하며 서류를 수정한다.


10분뒤.. 

"이사님, 말씀하신 견적서 대표님께 보내드렸습니다. "

"고생했다. 근데 어떤 무슨 견적서??"

"춘천건 수정해서 대표님께 보내라고 하셨잖아요."

"아니, 그 중요한 서류를 나한테 결제도 안받고 그냥 보내?? 회사 말아먹을 일 있냐?!"

".........죄송합니다. 메일 확인 안했으면 지우고 다시 올리겠습니다."

 

'아깐 항목만 바꿔서 바로 보내라면서!! 한두번도 아니고 왜 매일같이! 매 건 사사 건건이 왜 X랄이야!!!'



 

어느 회사에서든 한번에 통과되는 서류들은 없는 것 같다. 내가 보기엔 완벽해 보일지라도 윗 사람들이 보기엔 그렇지 않은가보다. 그 생각 안에는 내가 생각지 못하는 회사에 대한 이윤이라던가 이미지라던가 등등 많은 경제적, 정치적 관계가 얽혀있기 때문이듯 하다. 별 내용이 아닐지라도 다르게 생각해보면 그럴 수도 있겠네, 하고 납득이 되는 경우도 있기는 하지만 말이다. 그래도 위 같은 상황은 너무 억울하고 짜증이 난다. 특히 회사에 중요 서류들은 반드시 보안을 해야하는게 사실이지만 전화 한통이면 알 수 있는 일을 정보들을 보안이라고 할 것 까지 있나 싶기도 하다. 요즘은 인터넷이 워낙 잘되어있는데 보안이라고 할것까지야. 뭐 그래도 '어디에 전화하면 알 수 있다.' 라는 것 자체가 정보가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하루에도 십수 번씩 억울한 일이 생긴다. 말단사원이 다 그렇다. 그러나 직책은 말단인데 하는 일은 중역과도 같을 땐 더욱 심하다. 해야 할 일은 많고 처리해야할 일도 많은데 도와주는 사람은 하나도 없고, 일이 밀리고 밀리다보니 놓치는 일도 생기고 안할 실수도 생긴다. 게다가 매번 말이 바뀌는 상사와 일하기란... 정말 어렵다. 심지어 자기가 10분전에 한 말도 기억 못하는 상사임에야.


부하직원 뽑아준다고 한지가 벌써 일년이다. 작년 이맘때 쯤 도저히 일 혼자 못하겠다고 술먹고 주정부린적이 있다. 그리고 다음날 출근해서 회의시간에 '조금만 참아라 직원하나 뽑아주겠다'고 한게 벌써 일년이 되었다. 올 1월달부터 출근 할 직원 뽑아놨으니 기다리라고 말한 것도 반년 전이다. 실제로 1월달에 신입이 오긴 왔다. 오너 아들. 막 군대 전역하고 온 이녀석은 속도없이 날 형이라고 부르면서 좋아하지만, 결국 다른부서로 빠졌다. 미워할 수 없는 녀석이긴 하나 원망스럽긴 하다.

 

퇴근 후 한잔 하자는 얘기에 지쳤고 힘들지만 그래도 같이 나가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는 한다. 매번 힘든 일 있으면 얘기하라고, 언제든지 들어준다고 하지만 당신 때문에 힘든데 어떻게 얘기를 하지, 하고 생각할 뿐이다. 자신도 너 같은 시절이 있었다, 하루에 몇 시간 못자고 일만 죽어라 한 적도 있다, 주말 내내 나와서 일해도 부족하지 않을 시기다, 열심히 해라, 다 이해한다. 좋은 시절이 올거다.‘ 등등...

나를 이해하는 상사가 있다는 사실이, 이리도 힘든 일일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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